송정그림책마을 공공시설 프로젝트는 충남 부여의 한 작은 마을인 송정마을의 광장과 버스정류장, 방문자 안내소를 설계하는 프로젝트이다. 관계자들과 함께 부여에 내려간 것은 겨울의 초입이었다. 앙상한 가지의 나무와 손상된 버스정류장 등 대지의 모습은 일견 황폐했지만, 소박하게 자리 잡은 30여 가구의 집과 세월 먹은 나무들은 충분히 따뜻한 날의 풍광을 상상할 수 있게 했다.
세 개의 풍경
마을 전체를 찬찬히 돌아보며 마을회관에서 대지를 바라보는 원경(遠景), 광장에 접근할 때의 근경(近景), 그리고 광장 안에서 바라보는 내경(內景)이라는 세 개의 풍경을 읽어내었다. 이들을 어떻게 직조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품성과 장소성이 결정될 터였다.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언덕 형상의 땅이 빚어내는 고유한 풍경을 해치지 않고, 땅과 하늘의 사이에 원래 그러했듯 자리 잡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하였다.
하나의 몸
기존 광장에는 합판과 장판지로 만든 평상과 시멘트 벤치 등이 산발적으로 놓여있었고, 좁은 광장 공간과 조명의 부재 등으로 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조잡하게 따로 놀고 있는 기능들을 하나로 묶어야겠다고 판단했고, 땅 자체가 솟아올라 평상과 의자가 되고, 무대가 되고, 안내판이 되는 방식의 디자인을 하기로 했다. 하나의 몸통에서 머리와 팔과 다리가 자라나 제 기능을 하는 셈이다.
자연에서 난 재료
땅에서 솟아오른다는 디자인 개념과 기존의 자연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다는 태도에서 흙으로 만든 점토 벽돌과 나무에서 난 목재가 주재료가 되었고, 구조적인 기능을 위해 금속재가 추가되었다. 벽돌이라는 주재료로 전체를 밀고 가는 것으로 총체성을 획득하면서도 자칫 단조로워질 것을 견제하여 다양한 쌓기 방식과 줄눈을 적용하였고, 동일 계열 벽돌 내에서도 거친 것과 매끈한 것을 섞어 썼다.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공간
광장의 바닥 카펫을 초입에 놓을 버스정류장과 방문자 센터까지 끌어와 전체가 하나의 시설임을 이야기하고, 그 영역의 끝에서 어깨를 감싸 안듯 마무리 지었다. 마을 주민들이 쓰고 그린 동화책과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 기능을 겸하는 마을 안내소는 실내공간으로, 버스정류장은 외부공간으로 계획하고, 둘을 하나의 지붕으로 엮어 필요시 서로의 기능을 분담할 수 있게 했다.
쓰임이 완성하는 장소성
전체 공간은 채우기보다는 비우기로, 과시하기보다는 담백한 태도를 취한다. 비워진 공간을 채우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사용과 방문객들의 축제 같은 놀이와 휴식이다. 이 이야기가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에서 시작되었듯 오늘의 모습이 켜켜이 쌓여 두툼한 책이 되어갈 것을 상상해본다. 개개인의 삶이 쌓여 역사가 되고, 고유한 장소가 된다.
2019.08 송정그림책마을 공공시설 프로젝트가 vmspace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vmspace.com/project/project_view.html?base_seq=Nz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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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그림책마을 공공시설 프로젝트는 충남 부여의 한 작은 마을인 송정마을의 광장과 버스정류장, 방문자 안내소를 설계하는 프로젝트이다. 관계자들과 함께 부여에 내려간 것은 겨울의 초입이었다. 앙상한 가지의 나무와 손상된 버스정류장 등 대지의 모습은 일견 황폐했지만, 소박하게 자리 잡은 30여 가구의 집과 세월 먹은 나무들은 충분히 따뜻한 날의 풍광을 상상할 수 있게 했다.
세 개의 풍경
마을 전체를 찬찬히 돌아보며 마을회관에서 대지를 바라보는 원경(遠景), 광장에 접근할 때의 근경(近景), 그리고 광장 안에서 바라보는 내경(內景)이라는 세 개의 풍경을 읽어내었다. 이들을 어떻게 직조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품성과 장소성이 결정될 터였다.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언덕 형상의 땅이 빚어내는 고유한 풍경을 해치지 않고, 땅과 하늘의 사이에 원래 그러했듯 자리 잡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하였다.
하나의 몸
기존 광장에는 합판과 장판지로 만든 평상과 시멘트 벤치 등이 산발적으로 놓여있었고, 좁은 광장 공간과 조명의 부재 등으로 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조잡하게 따로 놀고 있는 기능들을 하나로 묶어야겠다고 판단했고, 땅 자체가 솟아올라 평상과 의자가 되고, 무대가 되고, 안내판이 되는 방식의 디자인을 하기로 했다. 하나의 몸통에서 머리와 팔과 다리가 자라나 제 기능을 하는 셈이다.
자연에서 난 재료
땅에서 솟아오른다는 디자인 개념과 기존의 자연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다는 태도에서 흙으로 만든 점토 벽돌과 나무에서 난 목재가 주재료가 되었고, 구조적인 기능을 위해 금속재가 추가되었다. 벽돌이라는 주재료로 전체를 밀고 가는 것으로 총체성을 획득하면서도 자칫 단조로워질 것을 견제하여 다양한 쌓기 방식과 줄눈을 적용하였고, 동일 계열 벽돌 내에서도 거친 것과 매끈한 것을 섞어 썼다.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공간
광장의 바닥 카펫을 초입에 놓을 버스정류장과 방문자 센터까지 끌어와 전체가 하나의 시설임을 이야기하고, 그 영역의 끝에서 어깨를 감싸 안듯 마무리 지었다. 마을 주민들이 쓰고 그린 동화책과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 기능을 겸하는 마을 안내소는 실내공간으로, 버스정류장은 외부공간으로 계획하고, 둘을 하나의 지붕으로 엮어 필요시 서로의 기능을 분담할 수 있게 했다.
쓰임이 완성하는 장소성
전체 공간은 채우기보다는 비우기로, 과시하기보다는 담백한 태도를 취한다. 비워진 공간을 채우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사용과 방문객들의 축제 같은 놀이와 휴식이다. 이 이야기가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에서 시작되었듯 오늘의 모습이 켜켜이 쌓여 두툼한 책이 되어갈 것을 상상해본다. 개개인의 삶이 쌓여 역사가 되고, 고유한 장소가 된다.